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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 Bus Terminal And Suncream

Express Bus Terminal And Suncream (1) - 2006.06.18 20:18

사람이 붐비는 고속버스 터미널.

고향과는 참 멀리 떨어진곳까지 왔다.

함께 앉았던 둘은 이별할때의 가슴시린 모습으로

뜨거운 버스에서 내렸다.

 

터미널 한켠에 자리잡은 국밥집에 앉은 뒤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의 잔상과 느낌만이 남았을 뿐.

 

그 다음, 여자는 남자에게 썬크림을 꺼내며 바르라고 했다.

남자의 슬픈 얼굴이 가려지길 바란 것 같다.

둘은 각각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남자는 곧장 세수를 했다. 

꿈같은 이 시간들이 씻겨져 나가길 바라며 얇은 셔츠를 입었음에도

셔츠가 흠뻑 젖도록 세수를 했다.

 

얼굴의 물기가 체 마르기도전에 스킨을 바르고

여자에게서 건네받은 썬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썬크림을 바르고 만난 둘.

 

여자는 남자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며,

"썬크림 좀 잘 바르고 다녀 이게 뭐야?"라며 슬픈 눈으로 말했다. 

그러보니 남자의 얼굴은 썬크림이 한데 뭉쳐 퍽이나 보기 싫은

몰골이다. ... 그때의 그 시간도 그랬을까?

 

여자는 남자 얼굴을 아니, 썬크림만을 식은 손길로 만져주며,

짐짓 따뜻한 척 하려 애쓴다. 싸늘히 죽은 손으로 말이다.



Express Bus Terminal And Suncream (2) - 2009.02.20 21:40

이별을 서두르기위해 여행을 떠난 여자와,

마지막까지 그녀를 붙잡고 싶어, 따라나섰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둘은. 처음 사랑할때 필요했던 운명처럼, 이별여행을 함께하고 있었다.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는, 그녀의 오랜 친구가 살고 있었고,

그녀의 친구는 예기치않던 그의 등장에 몹시도 당황스러워 했다.


"그랬겠지. 절친의 남자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줘야 했을까, "

"아님 '전' 남자친구였으므로 차갑게 대해야 했을까.."

 

이렇게. 이별여행의 가이드, 그리고 두 주인공은 함께 하게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뜨거운 아지랑이 같이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이

차가운 땀방울사이로 흘러내려 조금씩 그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 그녀가 매일 밤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그 긴 시간들.

그럴때마다 그럴 수 없음을 알려야 했던 자신의 모습들.

헤어지는 이별의 순간에서 그의 맘을 가장 아프게 했던 일은,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버린 그녀 앞에서,

그는 단 한번도 그녀를 위해 모든것을 버린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읽었던 누군가의 자서전에서...

"당신은 행복을 두려워하는 사람 같아요"라는 말처럼

난 그녀와의 행복한 추억을 두려워했다. 자신만의 새장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는

길들여진 무엇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그때의 행복들을 미뤄둔 댓가로

지금의 슬픔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언젠가, 떠나가는 행복을 잡으려는 그 부름에 응답해서

미친 척 그녀를 만나러 갔던 일. 그녀의 곁에서 잠들었던 시간..

그 시간이 그의 삶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이었음을..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높게 분수가 솟아오르는 저녁의 공원이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의 앞에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걷고 있었다.

그때.. 그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그녀들의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지금의 슬픔을 공유하고자 했을까?

아님, 그를 잊고 그녀들만의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었을까?

 

얼만큼 걸었을까 그들은 함께 멈춰섰고 가까운 곳에서 시원한 맥주를 샀다.

맥주를 마시고 나면 이 갈증이 해소될까..

....................

............................................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그녀의 가이드역활을 해주었던 친구의 집으로 향했고

그는, 쉴곳을 찾아, 홀로 모텔방을 향했다.

 

그날 밤이었다.

by 행복하자 | 2009/02/21 11:23 | 루씬(검색엔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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