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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논픽션

담배,오뎅 그리고 폭풍우

폭풍우가 치던 날 이었다.
하루중 어느때인지 가늠 할 수 없는. '시간'이란 단어가 사라져버린 세상이 찾아왔다.
조그마한 어촌 마을에는 태풍 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내리는
버스 종점에는 거친 숨을 내뿜던 기계들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그때 내 손엔 아버지의 담배값이 들려져 있었고,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던 것 같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담배가게는 버스 종점 어귀 어디엔가에 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
지친 몸과 거칠은 손을 가진 사람들이 뜨거운 난로 주전자의 김을 쐬며,
얼은 몸과 그날의 근심들을 조금이나마 날려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 또한 비슷한 맘으로 그 곳을 찾았고, 아버지의 담배를 사고남은 돈으로
무엇인가를 하려 할때, 내 눈에 보인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큰 냄비에 사이 좋게 들어있던 '오뎅' 이었다.

"아줌마 저 오뎅 얼마에요? 저거 하나 먹을께요."
그러구선 먹기 시작한 오뎅..
살금 살금 아껴먹던 와중 옆에 있던 기사아저씨 한분이
성큼 성큼 오뎅을 먹었다.
몇번 먹다 질렸는지 어딘가에 양념처럼 찍어먹었는데,
그러구선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만족한듯이 다시 찍어 먹곤 했다.
그 아저씨가 남은 오뎅조각을 털어놓고 문을 나서려 할때,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줌마 저거 찍어먹는거 뭐에요?"
그때의 그 아주머니는 따분하고 지루해하다. 이거 재밌겠다 싶은
표정과 느낌으로 나에게 말했다.
"거기다가 오뎅 찍어 먹어봐 맛있어!"
음.. 지금도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 무엇이 그렇다" 라고 말하면
곧잘 믿어버리듯이, 그때도 그랬다.
아.. 그렇구나 찍어 먹으면 맛있는 건가보다.. 하고..
오뎅에다가 그 무엇인가를 [듬뿍]찍었던거 같다.
아까워서 아겨먹던 그 오뎅을 말이다.
그래, 결국 난 오뎅에다 '그것'을 듬뿍 찍었고
입에 털어넣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맛이야!!!
콧구멍과. 얼굴 전체의 구멍과 구멍이란곳에서는
뜨겁고 매운 김이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죽을 쌍을한 내 얼굴을 보고 안되어 보였는지
그 아주머니는 한마디 하였다. " 그거 겨자야..."
그때 내 뇌리에 박혔던 3글자가 있었다 "연겨자"
그 이후로 난 겨자라면 조심스럽게 되었고,
냉면을 먹을때나 어디에서건 겨자를 볼때면 그때를 떠 올리며
그때의 오뎅조각을 아껴먹던 내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구선.. 이미 내 기억은 오랜 시간을 지나쳐 왔구나... 하고



by 행복하자 | 2009/05/25 00:15 | 나의 하루 | 트랙백 | 덧글(0)

지난 하루 " Rainny Days "

이씨 여기와서 이것좀 거들어요. 그래 내 이름이 '이씨'구나 어렸을적 꽤나 비싼값으로 지어졌던 내 이름, 2살 터울인 형과 항렬까지 맞췄던 이름은 땀방울과 함께 흘러가버리고, 이제 남은 것은 녹아버린 이름만큼 무거운 얇은 민소매 티셔츠 하나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해가 뜨기도전에 공사장 한켠에서 먹은 라면 한 그룻이 몇배나 불은 느낌이다. 이씨 뭐하는거야 오늘안에 일 다 끝내야지. 끝나는 데로 바로 퇴근 시켜드리리다. 빨리 마무리 지으슈. 또 거짓 말이군. 보나마나 눈코뜰새없이 죽도록해야 겨우 저녁 늦게나마 분량을 다 끝낼수 있을터엿다 언젠가 저 말을 굳게믿고 원초적인 욕구를 해소할 시간을 제외하고 어두컴컴한 아파트 지하에서 하루종일 일한 적이 있었다. 수평과 수직을 나타내는 물방울이 보이는 자와 두꺼운 소방용 파이프를 용접하면서 말이다. 그 언제가 일을 곧잘한다며 파견근무라는걸 나간 날이었다. 허름한 병원 영안실에서 일을 했었는데, 당시의 사수는 절단기를 영안실에 설치 할 수 없다는 하찮은 이유로 오직 그만이 포르말린 악취가 가득찬 그곳을 오가며 시체의 향기를 전하게 되었다.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공사판 인부들의 기름진 배에 밀가루 반죽과 쓰디쓴 술을 더 할 시간이 되었다. 아직도 밖은 추적추적 비가내리고 있었고, 포장되지 않은 흙길은 통고무인 안전화 틈새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이씨의 발을 무겁게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공사장 한켠에 세워진 간이화장실이 보인다. 언젠가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려 찾았던 그 화장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와함께 깨어진 플라스틱 틈새 사이로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by 행복하자 | 2009/03/23 10:04 | 나의 하루 | 트랙백 | 덧글(0)

Express Bus Terminal And Suncream

Express Bus Terminal And Suncream (1) - 2006.06.18 20:18

사람이 붐비는 고속버스 터미널.

고향과는 참 멀리 떨어진곳까지 왔다.

함께 앉았던 둘은 이별할때의 가슴시린 모습으로

뜨거운 버스에서 내렸다.

 

터미널 한켠에 자리잡은 국밥집에 앉은 뒤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의 잔상과 느낌만이 남았을 뿐.

 

그 다음, 여자는 남자에게 썬크림을 꺼내며 바르라고 했다.

남자의 슬픈 얼굴이 가려지길 바란 것 같다.

둘은 각각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남자는 곧장 세수를 했다. 

꿈같은 이 시간들이 씻겨져 나가길 바라며 얇은 셔츠를 입었음에도

셔츠가 흠뻑 젖도록 세수를 했다.

 

얼굴의 물기가 체 마르기도전에 스킨을 바르고

여자에게서 건네받은 썬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썬크림을 바르고 만난 둘.

 

여자는 남자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며,

"썬크림 좀 잘 바르고 다녀 이게 뭐야?"라며 슬픈 눈으로 말했다. 

그러보니 남자의 얼굴은 썬크림이 한데 뭉쳐 퍽이나 보기 싫은

몰골이다. ... 그때의 그 시간도 그랬을까?

 

여자는 남자 얼굴을 아니, 썬크림만을 식은 손길로 만져주며,

짐짓 따뜻한 척 하려 애쓴다. 싸늘히 죽은 손으로 말이다.



Express Bus Terminal And Suncream (2) - 2009.02.20 21:40

이별을 서두르기위해 여행을 떠난 여자와,

마지막까지 그녀를 붙잡고 싶어, 따라나섰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둘은. 처음 사랑할때 필요했던 운명처럼, 이별여행을 함께하고 있었다.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는, 그녀의 오랜 친구가 살고 있었고,

그녀의 친구는 예기치않던 그의 등장에 몹시도 당황스러워 했다.


"그랬겠지. 절친의 남자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줘야 했을까, "

"아님 '전' 남자친구였으므로 차갑게 대해야 했을까.."

 

이렇게. 이별여행의 가이드, 그리고 두 주인공은 함께 하게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뜨거운 아지랑이 같이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이

차가운 땀방울사이로 흘러내려 조금씩 그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 그녀가 매일 밤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그 긴 시간들.

그럴때마다 그럴 수 없음을 알려야 했던 자신의 모습들.

헤어지는 이별의 순간에서 그의 맘을 가장 아프게 했던 일은,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버린 그녀 앞에서,

그는 단 한번도 그녀를 위해 모든것을 버린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읽었던 누군가의 자서전에서...

"당신은 행복을 두려워하는 사람 같아요"라는 말처럼

난 그녀와의 행복한 추억을 두려워했다. 자신만의 새장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는

길들여진 무엇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그때의 행복들을 미뤄둔 댓가로

지금의 슬픔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언젠가, 떠나가는 행복을 잡으려는 그 부름에 응답해서

미친 척 그녀를 만나러 갔던 일. 그녀의 곁에서 잠들었던 시간..

그 시간이 그의 삶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이었음을..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높게 분수가 솟아오르는 저녁의 공원이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의 앞에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걷고 있었다.

그때.. 그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그녀들의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지금의 슬픔을 공유하고자 했을까?

아님, 그를 잊고 그녀들만의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었을까?

 

얼만큼 걸었을까 그들은 함께 멈춰섰고 가까운 곳에서 시원한 맥주를 샀다.

맥주를 마시고 나면 이 갈증이 해소될까..

....................

............................................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그녀의 가이드역활을 해주었던 친구의 집으로 향했고

그는, 쉴곳을 찾아, 홀로 모텔방을 향했다.

 

그날 밤이었다.

by 행복하자 | 2009/02/21 11:23 | 루씬(검색엔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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